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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만으로는 부족했던 마음, 그래서 감정을 쓰기 시작했다

by 소만이네 202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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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울증 약을 2년 가까이 복용했다.
하루하루 버티는 데에 필수품처럼 의지했고, 약의 도움으로 조금씩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상태가 꽤 안정되었다는 의사의 말에 따라 약을 중단했고, 이후 8개월 동안은 스스로를 믿어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내 안에 남아 있던 감정은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나를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특별히 큰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평소와 다르지 않은 업무, 익숙한 일상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불안과 우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특히 3교대 근무를 하며 반복되는 피로감과 예측할 수 없는 생활 리듬은 나를 점점 무겁게 만들었다.

첫 2년간은 약효 덕분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시작된 불안은 ‘이제 약만으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
약물치료는 분명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 외에 내가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감정기록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어떤 감정인지 잘 모르겠더라도, 그저 그날의 마음 상태를 솔직하게 적어보기로 한 것이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내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를
하나하나 글로 풀어내다 보면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마음들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버거웠지만, 지금은 그것이 나를 돌보는 하나의 방법이 되었다.
기록은 내가 나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바라보는 연습’이 되었다.


감정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를 조금 더 다정하게 대하게 되었고
지금의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 작은 힘이 되었다.

 

이 공간은 단순히 나의 일기장을 공유하는 곳이 아니다.
나처럼 3교대 근무로 몸과 마음이 지친 사람,
그리고 이유 없는 불안이나 우울함 속에서
조금이라도 숨 쉴 공간이 필요했던 누군가에게
작은 쉼터처럼 느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지금 어느 감정 속에 있든,
그 감정이 틀린 게 아니라는 걸 함께 느껴보았으면 한다.
우리는 그저 조금 서툴고, 그럼에도 충분히 잘 살아내고 있다는 걸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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