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괜찮아”라고 말했지만, 사실 괜찮지 않았던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마음속 감정을 감추고 눌러온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감정을 정확하게 말하는 법’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이 글에서는 감정을 언어로 꺼내기 어려웠던 경험에서 출발해 조금씩 말하는 연습을 시작했던 과정과 구체적인 방법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금 감정을 숨기고만 있는 당신에게, 이 글이 작은 연습의 시작이 되길 바랍니다.
감정을 말하지 못하던 시절 – 감정은 늘 혼자였다
저는 오랫동안 감정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말하는 법을 몰랐고,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꺼낸다는 게 두려웠습니다. 누가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면 실망하지 않을까, 이런 마음까지 말하면 ‘민폐’처럼 보이진 않을까, 늘 그렇게 조심하며 감정을 접어두고 살았습니다.
대신 괜찮은 척, 웃는 척, 아무 일 없는 척을 반복했죠. 그렇게 감정을 말하지 않다 보니, 나중에는 스스로도 내가 지금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모르게 되었습니다. 슬픈지 지친지 분노했는지도 불분명한 채, 무기력한 감정만 남은 날들이 많았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감정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말하지 못한 감정은 몸에, 생각에, 관계에 고스란히 쌓여 나도 모르게 나를 소모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무기력한 감정이 계속되던 어느 날,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나는 지금 어떤 기분이지?” 그리고 그날 처음, 감정을 말로 꺼내는 연습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감정을 말로 꺼내는 연습 방법 – 노트에, 나에게,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말하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주 조심스럽게, 혼잣말처럼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했던 건, 하루 중 감정이 크게 움직였던 순간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보기.
예를 들어,
- “오늘 회사에서 상사 말에 속이 뒤집히는 줄 알았다.”
- “아무 연락 없는 친구가 원망스럽다.”
- “혼자 있는 게 이상하게 외로웠다.”
이 문장들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니라, 그저 내 감정이 내 눈앞에 드러나는 첫 연습이었습니다. 그 문장을 읽어보면서 “그래, 나 이런 마음이었구나” 하고 스스로 인정하기. 말보다 글이 쉬운 사람에게는 이 방법이 더 편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정말 가까운 친구 한 명에게 내 기분을 있는 그대로 말해보는 시도를 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고, 말이 막히기도 했지만 그 친구는 “괜찮아, 말해줘서 고마워”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오히려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든다는 걸 처음 알게 됐습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자, 점점 감정을 더 자연스럽게 말하게 되었고, 무기력함보다는 감정이 흐르고 있다는 실감을 느낄 수 있게 됐습니다.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되자, 감정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감정을 꺼내기 전엔 늘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 감정은 복잡해서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 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은 말로 꺼내는 순간 복잡함이 풀리기 시작합니다. 말하지 않으면 머릿속에서 계속 뭉쳐있던 생각들이 한 줄의 말이 되고, 다시 감정이 됩니다.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되자 그 감정이 내 안에서만 맴도는 게 아니라, 흘러가는 느낌이 생겼습니다. 분노는 더 오래 가지 않았고, 슬픔은 조금 덜 외로워졌습니다.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좀 더 친절해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말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감정을 느끼고, 인식하고, 조금이라도 표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정의 흐름이 멈추지 않고 이어진다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말을 꺼낸다는 건,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고, 스스로를 이해해주는 과정이며, 타인과의 연결을 회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감정은 말할수록 가벼워집니다
감정을 말로 꺼내는 연습은 어렵지만, 꼭 필요한 습관입니다. 감정을 말하지 못하면 그 감정은 언젠가 더 큰 무게로 돌아오게 됩니다. 처음엔 혼잣말처럼, 노트에 한 줄처럼, 조용히 시작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 감정을 정리하는 연습이 익숙해지면 관계도 가볍고, 내 마음도 조금 더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 감정이 엉켜 있고 무거운가요? 그렇다면 아주 작게라도 말해보세요. “오늘, 좀 지쳤어.” 그 한 마디가 당신의 감정을 흐르게 할 수 있습니다.